[글로벌 이슈] 물 물, 물 좀 주소!… 목타는 지구

새소식


[글로벌 이슈] 물 물, 물 좀 주소!… 목타는 지구

쏘니 0 8,199 2009.04.23 11:23
2009.04.23 <조선일보>

6년뒤 '기후 이재민' 3억7천만명
'지구의 날' 39주년 아마존·메콩강 등 600여곳 지구온난화로 수량 줄어
최빈국, 인적·물적 피해 커

"이대로는 버텨낼 수가 없어요."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 카운티 일대에서는 농장주와 농장 일꾼, 정치인 등 6000여명이 '물을 위한 행진(March for Water)'을 벌였다. 3년째 계속되는 혹독한 가뭄으로 유량이 줄어든 데다, 수원 고갈을 우려한 정부가 물 사용을 제한하자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미 콜로라도 강 하류 농업지대의 농장주 밥 디트리히(Diedrich)는 "농사 짓기 시작한 지 40년 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재배 면적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도 물 기근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현지 일간지 '프레스노 비'에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28일자) 논문에서 "콜로라도 강물은 계속 줄어들어 2050년이면 1년의 3분의 2 정도는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후버 댐으로 만들어진 미드 호(湖)는 2021년 완전히 말라붙을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콜로라도 강의 유량 감소는 이 강에 의존하는 캘리포니아 등 미 남서부 6개주 2700만 인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 미얀마의 가뭄 현장 지난해 5월 약 14만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나르기스가 휩쓸고 간 미얀마 아예이와디 삼각주 지역에 이번엔 극심한 가뭄이 덮쳤다. 지난 18일 한 소년이 단지를 들고 식수 배급처로 가던 중 원망스러운 듯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국 제구호단체 옥스팜은 21일 펴낸 보고서에서 현재 연간 약 2억5000만명에 이르는 지 구촌‘기후 이재민’숫자가 2015년에는 3억7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AP연합뉴스 말라가는 것은 콜로라도 강뿐이 아니다. 미 국립대기연구소(NCAR) 연구팀은 미 기상학회 '기후 저널'(5월 15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수량(流水量)의 73%를 차지하는 세계 주요 강 925개 중 70% 정도는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NCAR은 이들 925개 강의 1948~2004년 유수량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논문에 따르면, 이 기간 태평양으로 유입되는 강물양은 약 6%(526㎦) 줄었다. 미국 최대 강인 미시시피의 유량과 맞먹는 양의 물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인도양 유입 강물양은 3%(140㎦) 줄었다. 미국 서부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컬럼비아 강물도 14% 줄었다. 아마존(남미), 콩고(동아프리카), 양쯔(揚子·중국), 메콩(인도차이나), 갠지스(남아시아), 니제르(서아프리카), 헤이룽(黑龍·동아시아) 강 등도 모두 강물이 줄어들었다. 인구 증가로 필요한 물의 양은 계속 늘어나는데,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3년째 계속되는 혹독한 가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물을 위한 행진’시위 참가자가‘물=생명’이라고 쓰인 피 켓을 들고 걷고 있다. 지난 14일 미 캘리포니아주 멘더타에서./블룸버그뉴스
연구진은 강물이 말라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수량·건조일수 등 기후 패턴의 변화를 지목했다. 여기에 댐 건설이나 농업을 위한 인위적 수로 변경 등 인간 활동이 더해져, 강물을 말라붙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유입 수량이 늘어난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해가 유일하다. 논문 공동 저자인 케빈 트렌버스(Trenberth)는 AP통신에 "향후 수십년간 기후변화 진행과 함께 많은 나라들이 점점 더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의 영향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이 줄면, 강물과 함께 바다로 가던 영양분도 줄어든다. 염도와 온도에 좌우되는 바닷물 순환 패턴도 바뀌고, 세계 기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 따라, '기후 재난'은 갈수록 더 많이, 더 거세게, 더 자주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1996년 이후 10년간 대서양 지역의 열대성 폭풍우 발생 회수는 150년 전 10년 간에 비해 40% 늘었다. 영국 기상청은 "21세기 초 주기적으로 극도의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은 지표 면적의 3%에 불과했으나, 2080년에는 30%로 늘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21일 펴낸 보고서에서 벨기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연구결과를 인용, '기후 재난'으로 발생한 이재민 숫자가 현재 연 2억5000만명 수준에서 2015년에는 연 3억7500만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후 재난의 피해자는 대개 가난한 사람들, 여성, 노인, 아이들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부국(富國)에서 재난 1건당 사망자 숫자는 평균 23명이지만, 최빈국에선 재난 한 건당 평균 1052명이 죽는다. 1995년 리히터 규모 7.3의 일본 한신 대지진 때 6000여명이 죽었지만, 2005년 카시미르의 규모 7.6 강진 때는 그 12배인 7만5000여명이 희생됐다. 2005년 7월 인도 뭄바이에 홍수가 났을 때 숨진 900명 대부분은 물에 빠져 죽은 게 아니라 산사태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졌다. 낙후된 슬럼가의 열악한 거주 환경이 떼죽음을 부른 것이다.

기후 재난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낼 뿐 아니라, 사회 불안과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제 구호단체 '인터내셔널 얼럿'은 ▲27억명이 사는 46개국이 기후 변화와 전통적 분쟁 요인이 결합한 폭력적 분쟁 발생 위험에 처해 있으며 ▲12억5000만명이 사는 56개국은 기후 변화로 인해 중장기적 정치 불안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불안정하고 비효율적인 정부는 재난 피해를 대형화한다. 지난 1월 유엔은 "자연 재해로 인한 2008년 사망자 가운데 해당국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있었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 수는 23만5000명"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삭스(Sachs) 컬럼비아대 교수는 39주년 '지구의 날'인 22일 영국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 기고문에서 "최근 세계 각지의 분쟁은 갈수록 물 부족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서방국가들은 이들 나라의 물 위기 해결을 돕는 데 군대를 보내는 돈의 100분의 1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omments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21 명
  • 오늘 방문자 400 명
  • 어제 방문자 676 명
  • 최대 방문자 15,487 명
  • 전체 방문자 3,056,224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