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과학이 어렵다, 건조하고 지루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질과학은 매우 논리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어렵고 지루한 것은 원리와 유래를 모르고 나열된 지식을 기계적으로 외우기 급급하기 떄문입니다. 지질 현상과 원리를 설명하면서 이에 얽힌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같이 소개한다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한 순간에 날아갈 것입니다. 이에 여기에 지질과학 관련 일화를 모읍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발견에서부터 한국의 지질학 발전 과정에서의 작은 일들까지 관련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그리고 현재 지질과학을 공부하면서 일어나는 즐겁고 다양한 뒷얘기들을 공유해 주세요.
화석 오류의 역사 (2) - 필트다운인 편
과학동아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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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0 11:02
필트다운은 영국의 남동부에 위치한 고인류 화석 바굴지였다. 이곳은 1908년에서 1912년까
지 원시인류와 유인원, 그리고 여러 포유류 화석의 잔해들이 발견된 장소였다. 1913년 송
곳니가 인류의 것처럼 낮게 닳아 있는 유인원의 턱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영국의 고인류학
자들은 즉시 이 화석이 인류의 두개골에 유인원의 턱을 가진 새로운 종에 속하는 원시인
류 화석이라는 결롱네 도달했다. 그러나 이 화석이 현생 인류의 머리뼈에 유인원의 턱이
끼워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53년으로 무려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해부학에 능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트다운인(Piltdown Man) 화석을 자세히 살펴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어설프게 대조되는 머리뼈와 턱 색깔에 의해 구
별할 수 있는 것. 척추동물학자라면 턱뼈에 있는 이빨이 오랑우탄의 것이라는 점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유인원 이빨의 돌기(cusps)는 인류의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찰스 다윈 이후 진화론에 대한 인식이 과학사회에 점점 넓게
퍼지고는 있었지만 아직 인류 기원에 대한 지배적인 사회적 통념은 인류가 다른 유인원과
크게 구별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인류학자들의 믿음은 사실 연구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
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즉 인간은 다른 유인원과 다르게 매우 지적으로 발달돼 있으므로
반드시 뇌가 커야 한다는 편견이었다.
그러나 1924년 다트(Raymond Dart) 교수가 남아프리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
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를 발견하자 일부 학자들은 너무나도 작은 두개골에 놀
랐다. 그 두개골은 실제 침팬지의 두개골처럼 작고 뇌의 용적이 현생 인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았으며 이마가 낮았다. 이에 비해 뇌가 크고 아래턱이 발달한 필트다운인은
당시 인류학자의 자존심을 채워주기에 꼭 맞는 화석이었다. 인간의 두뇌는 인간의 진화에
일어났던 다른 변화에 앞서 가장 먼저 발달돼 완성됐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그 후 속속 발견된 인류화석들은 두뇌의 발달에 앞서 직립이 가장 먼저 완성됐으며, 이
와 함께 점차 두뇌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인류학자들은 사실에 부합되
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그들의 생각에 맞춰 거짓 사실을 만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화석
을 통해 얻어지는 사실들이 과거에는 문화적 배경과 학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한번 걸러진
채 세상에 공표됐던 것이다.
또한 필트다운인 사기가 좀더 일찍 밝혀지지 못한 이유는 과학들이 필트다운인 표본을 직
접 관찰할 수 없도록 영국박물관에서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모조품 이외에는 조사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진품도 모조품이 정확히 만들어졌
다는 주장을 할 때만 잠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짜 화석을 만든 범인이 누구인지
에 대한 조사가 여러 차례 수행됐지만(용의자 중에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내 유명
한 작가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도 포함 돼 있었다) 정황만 있을 뿐 범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