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북극개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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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북극개발 꿈

쏘니 0 6,624 2009.07.07 10:12
2009.07.07 <대전일보>

남극과 북극점은 각각 지구의 남북 극점으로 적도에서 가장 멀리 각각 같은 거리에 위치하지만 두 지역의 자연환경은 뚜렷하게 비교된다. 남극은 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하는 호주에 이은 제7대륙으로 남빙양이라는 광활한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지표면적의 98%가 평균 두께 2160m의 빙하로 눌려 있다. 따라서 현재 대륙의 많은 부분은 해수면 아래에 놓여 있지만, 빙하가 다 녹는다면 다시 융기돼 산과 계곡을 갖춘 땅으로 바뀔 것이다. 북극은 북극해에 작은 섬들이 있는 상태로 북극 대륙은 잘못된 표현이다. 남극은 빙하표면이 햇빛을 반사해 연평균기온이 -55℃ 정도지만 북극은 북극해가 햇빛을 흡수해 여름인 경우 0℃ 내외가 된다. 남극에는 펭귄이 있는 대신 곰이 없으며 북극은 그 반대이고 에스키모라 불리는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남극은 남극조약에 의해 관리되며 평화적 이용, 학술 조사 등 공동목적을 위해 개별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북극해 섬들은 모두 주인이 있고 북극해 자체에 대한 개별 국가 주권은 없되 인접국가의 200해리 경제수역만 인정하고, 대륙붕이 뻗어 있을 경우에만 수역 확장을 허용하고 있다.

남북극의 공통점은 지하자원, 어장 등 천연자원의 보고라는 점이다. 북극해저의 경우 막대한 양의 금, 다이아몬드, 구리와 함께 세계 석유·가스 매장량의 25%인 100억t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으면서 해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해 자원선점 경쟁은 러시아가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북극점 4261m 해저에 국기를 꽂음으로써 촉발됐다. 이유는 북극해를 횡주하는 해저산맥인 로모노소프해령이 시베리아와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자국의 영토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어부들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해에서 새로운 어장을 개척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생선의 절반가량은 베링해와 알래스카 해안에서 공급되고 있다. 해상수송로도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북극항로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정착한 후 수많은 탐험가들이 찾았던 꿈의 항로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가 존재한다면 선박운항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에 있던 빙하가 녹음으로써 북극이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항로의 요충지로 대두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극기온이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2040년쯤이면 빙하들이 모두 녹고 선박들이 북극해를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에서 런던까지의 물류거리를 파나마나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약 30%(최대 7000km) 단축시키고 비싼 운하 사용료도 절약하게 된다. 유럽에서 한국까지 오려면, 지중해-수에즈운하-인도양-동남아-부산으로 24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가 열리면 유럽에서 북극을 거쳐서 캄차카반도를 지나 14일이면 동해로 바로 올 수 있게 된다. 수출입화물 대부분을 선박으로 운송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 설정과정에서 한국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 작년 4월 북극이사회에 옵서버 자격을 신청했다. 또한 지리적 위치와 물동량을 볼 때 부산항이 상하이, 싱가포르를 대체하는 핵심 환적항으로 떠오를 수 있다. 조선업계도 떠다니는 얼음(유빙)에 견딜 수 있는 내빙선 제조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맞이할 수 있다. 내빙선의 경우 일반선박에 비해 가격이 20∼30%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한다.

지구상 물의 총량은 일정하므로, 빙하가 녹으면 당연히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담수의 68%를 차지하는 남극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60~90m 해수면 상승이 예상된다. 다행히 북극빙산은 이미 북극해에 떠있기 때문에 녹아도 해수면 상승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한다. 문제는 북극개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극지의 해’를 맞아 방영된 ‘북극의 눈물’에서는 빙하가 녹음으로써 벼랑 끝으로 몰려가고 있는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에스키모의 삶을 취재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지구환경파괴와 북극개발의 꿈이라는 두 얼굴을 볼 때 우리를 위해 무엇을 우선할 수 있을까?

김성수<한국화학연구원 선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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