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남해보다 동해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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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 남해보다 동해가 더 무섭다

쏘니 0 12,562 2009.07.10 09:36
2009.07.10 <동아닷컴>

영화 ‘해운대’ 통해 본 지진해일 발생의 조건

《쓰시마(對馬) 섬이 가라앉으며 발생한 지진해일이 남해안으로 몰려온다.

해일이 부산 해운대에 도달하는 시간은 고작 10∼15분. 고층 아파트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해일이 시내로 몰려오고 사람들은 아수라장을 겪는다. 여기까지가 23일 개봉하는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

지금부터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실제 상황이다. 철썩이던 파도가 일순간 바다 쪽으로 쑥 밀려나더니 갑작스레 지진해일이 밀어닥친다.

해일의 높이는 1m. 바닷물은 백사장 깊은 곳까지 계속해서 들이친다.

누워있던 사람은 졸지에 흠뻑 젖고 일부는 바닷물에 휩쓸린다.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영화 해운대 속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 수심 깊으면 해일 높아져 큰 피해

영화에서는 쓰시마 섬에 지진이 일어나 섬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실제로 쓰시마 섬이 가라앉는다면 거대한 지진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 지진해일은 해수면이 크게 변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진으로 해저가 일순간 솟아오르면 해수면도 높아진다. 높게 치솟은 바닷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섬이나 육지를 덮치는 것이 지진해일이다. 섬이 가라앉아 바다에 잠길 때도 마찬가지다. 주변의 바닷물이 섬이 있던 자리로 몰려들고 이때 수면이 일순간 높아지며 바닷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영화 속 지진해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상당히 과학적”이라면서도 쓰시마 섬이 가라앉는다는 점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쓰시마 섬은 위치상 지진이 일어나면 가라앉기보다 수평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연구실 이윤수 박사는 “쓰시마 섬이 있는 지각인 필리핀해판은 일본 열도의 서남쪽 섬 밑으로 완만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땅이 수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큰 지진해일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일 전파속도 빠를수록 파괴력 커져

한반도 남해안에서 지진해일의 위력이 크지 않은 것은 평균 1km 이하로 얕은 남해의 수심도 한몫한다. 지진해일은 속도가 빨라야 이동할 때 에너지 손실이 줄어 육지에 닿을 때 파괴력이 크다. 수심이 얕으면 지진해일의 속도가 느려진다. 예를 들어 평균 수심이 4km인 태평양에서 이동하는 지진해일은 한반도 남해보다 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 지진해일은 파도처럼 수면 상층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해저에 닿을 만큼 깊은 바닷속의 물도 함께 이동한다. 그래서 지진해일이 수심이 얕아지는 바닷가에 도달하면 물의 양(에너지)을 보존하기 위해 높은 파도를 만드는 것이다. 2004년 말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의 피해가 컸던 것도 깊은 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정길호 지진대책계장은 “서해나 남해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거리가 가까워 10∼15분 만에 지진해일이 해안에 도달하겠지만 동해에 비해 수심이 얕아 바닷가에 닿는 해일의 높이는 1m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5년 일본 고베(神戶) 시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남해에는 지진해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1983년 동해를 거쳐 강원 삼척시 임원항에 밀어닥친 지진해일은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행방불명될 만큼 피해가 컸다.

○ 재난 땐 내륙보다 높은 건물로 대피해야 안전

만일 휴양지에 큰 지진해일이 몰려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최악의 상황은 지진해일이 일어나기 직전 바닷물이 일순간 빠져나간 뒤 모래밭에 드러난 조개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아무리 약한 해일이라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파도에 휩쓸리면 조난하기 쉽다. 지진해일을 피하기 위해 무작정 육지 안쪽으로 이동하거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도 위험하다.

한양대 토목공학과 조용식 교수는 “시간이 부족할 때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은 가까운 건물의 4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물의 특성상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나가는 길을 먼저 찾기 때문이다. 섬에 있을 때도 반대쪽 해안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안전하다. 정길호 계장과 조용식 교수는 “동해안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지진해일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지역과 안전한 장소를 표시한 재해정보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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