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종이 사라진다…6번째 대멸종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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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종이 사라진다…6번째 대멸종은 오는가

CHRIS 0 7,955 2008.05.27 12:19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2008년 5월 27일 화요일]

세계 곳곳에서 동식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생물 종(種)의 위기 소식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생물 종 감소는 다윈이 말한 자연도태(Natural selection) 과정이 아니라 갑작스런 명멸(Extinction)에 가깝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현재의 생물 종 소멸 속도는 백악기에 공룡이 사라졌던 속도보다도 빠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들 생물 종의 멸종 이유와 그 것이 가져올 파장,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 무더기로 사라져

몇 해 전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꽃과 과실의 가루받이(수분)에 큰 몫을 하는 꿀벌들이 북미 대륙 곳곳에서 무더기로 사라져버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관찰됐으며, 몇몇 주에서는 전체 꿀벌 개체수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종은 양서류와 어류, 그리고 조류다. 과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 이래 6,000종 가까운 양서류가 멸종 위기를 맞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절멸된 것만 해도 170종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환경단체인 국제습지보호기구(WI)가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물새 900여종 중 44%의 개체수가 지난 5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동남아시아 아열대지역에서만 물새 6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캐나다, 유럽 과학자들이 수 년 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는 앞으로 40년 후인 2048년쯤이면 지구상에 생선 류(類)가 거의 다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야생 동식물의 보고(寶庫)라고 일컬어지는 열대림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간 1.25%의 열대림이 파괴되고 있고, 속도 또한 최근 들어 급속하게 빨라지고 있다. 한 때 북미대륙 크기만 했던 열대림은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10여년 안에 열대림은 중부 아프리카 지역과 서부 아마존 유역에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마저 다음 세기 중반 이후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오랜 세월 아프리카 대륙과 동떨어져 있던 관계로 ‘특이 생물의 마지막 안식처’로 간주돼 온 마다가스카르 섬의 열대림도 이미 93%가 파괴돼 버렸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8,000 종의 식물 중 7,000종 이상은 다른 장소에는 존재하지 않는 멸종 위기 종들이다.

전 세계 동식물의 5분의 1이 살고 있는 아마존 지역도 대량 멸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라질 환경부는 2003년 이래 매년 3억 헤알(약 1,200억원)을 들여 아마존 생물 종 보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생태계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열대림은 육지 표면의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구 생물 4분의 3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열대림의 소멸은 지구상 생물의 대량 멸종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위적 종자선택의 결과

인류가 식용으로 이용하는 곡물 종의 수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BBC 뉴스 인터넷 판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재배되던 곡물의 75%가 이미 사라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자연 감소보다는 인간의 인위적 종자선택의 결과다.

유엔(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류는 이제 쌀과 밀, 옥수수 등 단 세 종류의 곡물에 주식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으며, 빈곤국일수록 이런 경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곡물 종의 드라마틱한 감소는 신대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옥수수는 본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고유 종이었지만 신대륙을 정복한 유럽인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다른 작물들을 빠르게 대체했다. 대신 신대륙은 유럽인들이 가져 온 밀과 소의 단순 대량 생산지로 탈바꿈했다.

옥수수는 어떤 작물보다도 단위 생산량이 높은 탓에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1의 탄수화물 공급원’이 됐다. 옥수수 한 알은 약 3,000개의 소출을 낸다.

하지만 옥수수는 인간이 껍질을 벗겨주고 낱알을 따서 파종해 줘야만 생장이 가능한 ‘식물계의 애완견’일 뿐이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긴 해도 밀식할 경우에는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기능을 대신할 질소 비료를 대량으로 투여해 줘야 하는 것도 화석연료의 사용을 부채질한다. 질소 고정이란 공기 속의 질소를 원료로 해 질소 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해마다 발표하는 ‘멸종 위기 동물 목록’(Red List)에는 지난해에만 동식물과 균류 1만6,118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세계 야생생물보호기금(WWF)이 2006년 10월 발표한 ‘살아있는 지구’라는 보고서에 따르?1970년에서 2003년 사이에 육식동물 종의 31%가 멸종했으며, 민물 생물은 28%, 바다생물은 27%가 각각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소비와 서식지 파괴

이 같은 급속한 생물 종의 멸종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꼽히고 있다.

오랫동안 지구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 온 유엔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007년 보고서에서 지구의 기온이 1~2℃ 상승할 경우 생물 종의 30%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세계 100여개 국가 2,000여명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가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는 오는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북극의 얼음 녹는 속도는 지난 2년간 15배나 빨라졌으며, 해마다 10%씩 줄고 있는 유빙 때문에 바다표범의 수와 이를 먹이로 하는 북극곰의 개체 수 역시 급감하고 있다.

인구수의 증가와 경제 활동의 강화는 생물 종 소멸에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토지는 1인당 1.8ha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평균은 이미 2.2ha며, 미국은 9.6ha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80년까지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1인당 토지 면적이 0.8ha 이었지만 2005년 현재 3.0ha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토지의 과잉소비 현상이 지속되면 50년 내에 지표 생태계가 완전 붕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페름기의 대학살

따지고 보면 생물 종의 멸종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약 45억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에 처음 생물이 출현한 40억년 이후 지구상에 등장한 생물의 거의 90%에 가까운 30억 종이 멸종됐다.

단순 계산하면 약 1억 년에 6억 종, 1년에 6종의 생물 종이 명멸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에는 1년에 150여종의 생물이 없어지고 있으며, 이것은 자연 멸종율의 25배가 넘는 속도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구상의 멸종은 점진적, 누적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어느 특정한 시점에 전 지구상에서 대규모로 이뤄졌다는데 특징이 있다.

실제 지구상 생물의 최초 대멸종(Mass Extinction)은 고생대의 오르도비스기 말기에 왔다. 최초의 지질시대인 캄브리아기(지구 탄생 이후~5억7,000만 년 전) 다음에 오는 이 시기는 그동안 번성했던 삼엽충과 앵무조개 등 여러 껍질 생물들을 일시에 절멸시켰다. 과학자들은 지구상 49%의 생물을 멸종시킨 이 사건의 이유를 대규모 빙하기의 도래에서 찾고 있다.

두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약 5억7,000만 년 전~2억3,000만 년 전)의 데본기에 왔다. 이 시기에는 그 이전의 실루리아기에 번성했던 많은 바다 생물들과 막 번성하기 시작한 양서류가 대량으로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이 때 75%의 종이 멸종했으며, 그 이유로 지구 밖에서 떨어진 연쇄적인 운석 충돌을 꼽는다.

고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에는 세 번째이자 지구 역사상 가장 컸던 대멸종이 찾아왔다.

이때는 그 이전의 석탄기에 번성했던 파충류와 양서류 등의 동물은 물론 양치식물 등 대규모 식물군이 일시에 절멸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페름기의 대학살’이라고 부른다. 이 때 육상 생물의 80% 이상과 해양 생물의 90% 이상이 멸종했다. 이때도 역시 혜성이나 운석 충돌이 원인으로 꼽힌다.

동식물의 대멸종은 중생대(약 2억3,000만 년 전~6,500만 년 전)에 들어와서도 두 번이나 있었다.

초기인 트라이아스기에는 운석 충돌로 인해 파충류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네 번째 멸종이 있었는데, 이는 해양 생물의 20%를 절멸시킨 비교적 작은 멸종 사건으로 기록된다.

백악기 말에는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쥐라기와 백악기에 번성했던 암모나이트와 공룡들이 대부분 멸종하는 지구 역사상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대멸종이 있었다. 이때에는 지구상의 생물 약 50%가 사라졌다.

이 중생대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 그리고 조류들은 이후 신생대(약 6,500만 년 전~현재)를 거치면서 종과 개체수를 크게 불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오늘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는 홍적세 이후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인류의 먼 조상들과 곧은 척추를 가진 경골어류 등도 포함된다.

신생대에도 4회의 빙기와 간빙기가 있어 많은 생물 종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이전에 있었던 5번의 대멸종에 비해서는 충격이 극히 미미했다. 이처럼 생물 종의 멸종은 기나 긴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지구 탄생 이후 수없이 반복돼 온 과정이며, 반드시 그 다음 세대에 다른 생물 종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대멸종의 전조(?)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시대 생물의 멸종이 다른 종으로 쉽게 복구될 수 있는 비교적 미온적인 과정인가, 아니면 지난 5번의 대멸종 사건에 견줄만한 대격변의 전조인가 하는 것이다.

종의 소멸이 자연적인 회복력보다 빠르다면 언젠가 모든 생물은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오스트리아의 생물철학자 프란츠 부케티츠는 ‘멸종, 사라진 것들’이라는 책에서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자연 파괴, 그리고 이에 따른 생물 종의 소멸을 지구 역사상 6번째의 대멸종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폭증하고 있는 인구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번져가는 지구 환경의 약탈 및 파괴, 그리고 동식물의 급속한 소멸을 현 단계 대멸종의 주요한 특징으로 규정한다. 과학자들도 현재 진행 중인 생물 종의 소멸 속도가 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소멸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과연 현재의 생물 종 소멸은 대멸종의 서곡인가. 지금까지의 대멸종이 소행성과의 충돌이나 화산 활동, 지구 환경변화 등 모두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닥칠 6번째 대멸종은 산업화로 인한 인간의 자연 파괴와 화석연료의 남용, 그리고 이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인류 스스로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과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인류는 화성이나 목성 등 먼 행성으로 또 다시 긴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인가. 문득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라고 말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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