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목청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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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목청만 요란'

서울경제신문 0 8,964 2007.11.06 23:09
[서울경제신문: 2007년 11월 4일]

MOU 소식만 무성 정식계약·생산 성과는 미흡해외서도 "한국 목표달성 힘들다" 회의적 시각"이제라도 투자규모 늘리고 기술개발 집중해야"
“지난 97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분야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눈앞의 생존에 급급해 헐값에 팔았던 광산을 이제 와 몇 배의 가격에 되사야 할 정도다.”(정부의 한 당국자)

‘에너지 자주개발’이라는 우리 정부의 야심찬 구상이 신기루처럼 흩어질 위험에 처하고 있다.

정부 등이 외환위기 여파로 멈춰버린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께부터다. 경쟁국과 달리 최적의 투자 타이밍을 놓친 만큼 대규모 투자가 더 필요한데도 현실은 정반대다. ‘제2차’ ‘제3차’ 등 구호성 에너지개발 기본계획안이 요란하게 나오고 있지만 실제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양해각서(MOU) 체결만 난무할 뿐 본계약이나 자원개발 및 생산으로는 이어지고 않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먼저 우리 정부의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OU만 요란한 해외자원개발=올해 들어 탐사나 개발ㆍ생산 등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수시로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MOU 수준이다. 정식계약이 아닌 가계약 수준이어서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유나 광물자원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입단가 역시 상승해 정식계약까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전매입비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배럴당 8.1달러였던 유전은 올해는 9.4달러로 상승했다. 1억5,000만배럴의 생산유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20억~40억달러의 재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여기에다 유전ㆍ광물자원 등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MOU 체결 뒤 추가적인 부대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협상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는 지난해 8개 광구에서 개발과 탐사를 위한 정식계약을 맺었지만 올해는 아제르바이잔의 이남광구 탐사계약 등 3곳에 그치고 있다.

◇“에너지 자주개발 목표 불가능”=정부가 목표치로 설정하고 있는 에너지 자주개발 목표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석유산업 정보지 PIW(Petroleum Intelligence Weekly)는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에 대해 다루면서 자금조달 능력과 기술력 미흡으로 정부가 목표한 원유 생산계획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16년까지 국내 원유 수입의 28% 상당량을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에서 충당한다는 게 한국정부 목표지만 올해 원유 자주개발률이 4%선으로 전망돼 2008년 목표치인 10% 달성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신재생 에너지의 화석연료 대체 계획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3년 2011년까지 2억6,932만3,000TOE(석유환산톤)의 1차 에너지 소비 가운데 5%인 1,333만5,000TOE를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평가에 따르면 현재의 정책으로는 2011년 달성비율이 3.4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태양열의 경우 2011년 실적 예상치가 목표의 11.8%에 불과하고 수소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은 사실상 0일 것으로 전망됐다.

◇‘재원과 기술’의 집중만이 해결책=외환위기 직전인 97년에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8억달러 수준. 그러나 외환위기 뒤 자원개발 사업기반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98~2002년 투자금액은 연평균 5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한다. 유가가 급등하는데도 투자 규모는 오히려 줄이면서 해외자원개발 분야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계기가 됐다.

기술력 역시 97년 이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자원개발 인력은 약 540명(2005년 기준)으로 일본(석유 분야만도 3,500명)의 1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질조사ㆍ지구물리탐사 분야 등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고 석유가스개발 기술은 국내 유전개발 경험 부족으로 선진국 대비 40%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비재래형 화석연료(가스하이드레이트 등) 개발기술은 초보단계 수준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원과 기술개발에 대한 집중을 통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원유ㆍ가스 및 일반광물의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10년간(2007~2016년) 모두 32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10년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는 1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에너지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예산 등에 에너지관련 분야가 책정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부나 국회가 정말 절실하게 에너지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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